이번 글에서는 MWC 2018 현장에서 만난 로봇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로봇의 종류는 기계에 가까운 제조용 로봇에서부터 친근한 모습을 한 서비스 로봇까지 다양했습니다. 지난해 MWC에서 발표했던 로봇에 비해 실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들이 대거 등장했고, 실제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이 사용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스마트 로봇들이 어떻게 일상 생활 속에서 서비스가 가능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 관람 중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져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둘러보니 “안녕하세요.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상대가 있었습니다. 인사를 한 상대는 다름 아닌 로봇이었습니다. 이 로봇은 각종 매체에 소개되어 유명인사가 된 ‘Pepper’ 였습니다.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설렌다"라고 대답하니, 저를 한번 유심히 관찰하더니 ‘그래 보인다’고 대꾸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자신을 소개하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출처 : 이수시스템]
Pepper는 일본의 SoftBank에서 출시한 로봇으로,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필요한 행동을 판단하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해 인식의 정확도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며,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 및 마이크로 목소리 정보를 즉각 분석하고 표정에서 도파민, 코르티졸,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과 같이 호르몬 상태를 예측하여 상대방의 감정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별해 상황 별로 응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Pepper는 클라우드 방식을 통해 인공지능을 구현하여, 하나의 Pepper가 인간과 교감한 정보는 클라우드 서버에 보내 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다른 Pepper들도 이를 동시에 학습하게 된다고 합니다.
Pepper의 인지도는 출시 후 지속적으로 상승중인 데요. 우리나라에서도 CGV, 롯데백화점, 우리은행, 교보문고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여러 매체에서 자주 접하기는 했는데 자세한 정보는 모르고 있어서, Pepper 대해 간단히 알아봤습니다.
NAO는 학습용(특히 개발 등)으로 만들어진, 5.4kg의 작은 로봇으로, Aldebaran의 초기모델 였습니다. 추후, Pepper 개발에 녹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Romeo는 Peeper 이후 진행되고 있는 project로 140cm 높이의 (의료) 보조 로봇으로, 문을 열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동작이 가능합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돕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설립 이후, 소프트뱅크 로봇 홀딩스의 행보를 보면 차근 차근 인공지능 로봇의 완결을 위한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성과가 기대됩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로봇을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는 기계장치(인조인간) 혹은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장치’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각기 다른 정의와 더불어 산업형, 자동형, 지능형 등의 분류도 다양합니다. 그 정의가 어떠하건 로봇은 인간의 삶 속에서 인류의 생활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존재로 자리 잡은 것 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인류의 삶을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로봇과 함께 살아나갈 현재에 대해 그려 보는 것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로봇이 함께할 미래가 걱정스러운 이유는 아무래도 로봇의 학습능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인간만의 영역일 것이라고 믿었던 바둑에서 조차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배한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근심은 꽤나 커졌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알파고 마스터를 가볍게 이긴(전적 89승 11패) 알파고 제로는, 아무런 사전 학습 없이 바둑 규칙만으로 스스로 학습해서 40일 만에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더욱 놀라움을 불러일으켰었지요.
그 날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우려도 컸는데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사업화에 대한 열기는 이전보다 더 뜨거워 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트너의 보고에 따르면, 2018년 올해 전세계 기업의 절반 이상이 AI를 도입할 것이고(2018 CIO 아젠다 조사), AI 부분은 최소 2020년까지 관련 업체 간 가장 심한 각축전이 벌어질 분야로 2025년이면 그간 개발된 AI 역량들이 다른 영역의 사업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자료 출처 : https://www.gartner.com/smarterwithgartner/gartner-top-10-strategic-technology-trends-for-2018]
‘I will be back’ 하면 떠오르는 영화 ‘터미네이터’.
인간과 로봇의 사투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1984년 제작되어 지금까지도 후속작이 나오고 있어 영화사에 새 장을 연 SF 액션 시리즈입니다. 알파고 이전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었던 대표적인 영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첨단 소재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이 인간의 감정과 비슷한 표현 능력으로 인간 세계에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핸슨 로보틱스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으로, 세계 최초의 로봇 시민권자)는 인간의 두려움을 사는 SF에 나오는 로봇과 달리, ‘자신은 미래에서 온 것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존재’라며 친근함을 강조했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짓궂은 질문도 현명하게 받아 넘겼지만, 아직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공지능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 찬사와 우려가 극명하게 교차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실제로,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KAIST의 킬러로봇 의혹(국방 AI 융합엽구센터 개소에 따라 세계 로봇 전문가들이 해당 연구를 보이콧한 사건)만 봐도,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알 수 있습니다. 로봇은 인간의 삶을 한층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통제를 잃게 되었을 경우 인간에게 큰 위협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좋은 점들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맥쿼리에서는 2025년에는 접객로봇, 물류로봇, 음식배달 로봇 시장이 확대 될 것이라 전망했는데, 이는 사람의 일을 로봇이 대신하게 된다는 의미로 비춰집니다. 다소 부정적인 모습일 수도 있는데 과거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마부들과 마차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동차를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자동차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워 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동차는 무인 자동차로 한 단계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그러했듯 우리의 삶의 모습이 또 한 단계 변해갈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 이수시스템]
로봇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로봇도 사람의 감정을 알고 이해하려고 애쓴다는데, 어째서 사람인 저는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나 가족, 친구의 감정을 모를 때가 많을까요?
그런 고민에서 시작되었을 법한 재미있는 어플리케이션을 MWC2018에서 만났습니다. ‘I can feel your emotion’의 약자로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감정이 보인다는 ‘ICE’ 어플입니다.
목소리의 주파수 및 떨림을 분석해서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이모티콘으로 표현해주고, 기쁨 혹은 분노 등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어플인데요. 직접 사용 해본 결과 감정 상태를 제법 잘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황별 콘텐츠가 다양해서, 상담 부스에서는, 감정 상태를 추출하는 방법, 이를 모아 놓은 DB를 사물인터넷(IoT)와 결합해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오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로봇 역시 많은 데이터를 정확히 모아 그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많은 서비스 사업의 핵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창과 방패의 관계처럼, 무분별한 정보 수집에 따른 개인정보의 침해와 보안 사고는 경계해야 할 점입니다. 그러므로 이 미묘한 상관관계를 어떻게 해결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 끊임없이 묻고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올해 CES 2018을 통해 소니가 새로운 ‘AIBO’를 공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06년 단종 이후 11년만에 7번째 모델로 돌아온 것인데,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쯤, 처음 AIBO에 대한 기사를 접했을 때 입니다. 돌봐줄 필요 없이 충전만 해주면 되는 애완 로봇이 편리해 보이고, 장난감 같이 귀엽기도 했는데, 온기를 가진 생명체를 대체하려는 것 같아 어쩐지 마음 한 켠이 불편했던 기억이었습니다. 그리고 로봇은 로봇이지 애완 동물은 아니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이후, 우연히 티비에서 AIBO를 가족과 같이 대하고 수명이 다한 AIBO를 절에서 추모하는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2015년 뉴욕 타임즈, The Family Dog)를 본 적이 있었는데, 진심으로 AIBO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그들의 모습이 앞으로 로봇과 사람이 함께 공생해 나아갈 모습인 것 같았습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형태이건 지능을 가진 형태이건 로봇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나갈 것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아직은 윤리적 문제, 기술의 사각지대 등 걱정할 일도 많지만, 이제까지 그래왔듯 좋은 방향으로의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봅니다.
로봇이나 어플이 굳이 알려주지 않더라도, 내 가족과 친구, 동료들에게 따뜻한 한 마디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